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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뜯고 전원부터 켜셨나요?" 300만 원짜리 맥북 '중고' 만들기 싫다면 필독

by Siannote 2025. 11. 12.

안녕하세요, siannote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새 맥북을 받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비닐을 뜯을 때의 그 설렘, 저도 잘 압니다. 당장 전원을 켜고 세팅부터 하고 싶으시겠지만, 잠시만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수백만 원짜리 기기라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이상 '초기 불량'은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 불량을 처음 받았을 때 발견하면 '새 제품 교환'이 되지만, 일주일 뒤에 발견하면 '리퍼(중고 수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저도 예전에 "에이, 설마 불량이겠어?" 하고 대충 썼다가, 나중에 찍힘을 발견하고 피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박스 뜯자마자 딱 10분 만에 끝내는 '전문가급 불량 테스트 루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과정만 통과하면, 그때부턴 마음 놓고 쓰셔도 됩니다.


1. 전원 켜지 마세요, '눈'으로 먼저 봅니다

많은 분이 받자마자 전원 버튼부터 누르는데, 그전에 '외관 검사'가 최우선입니다. 전원을 켜고 로그인을 해버리면, 나중에 외관 기스를 발견했을 때 "네가 쓰다가 긁은 거 아니야?"라는 오해를 받기 딱 좋습니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맥북 요리조리 비춰보세요. 특히 '모서리''포트 구멍' 쪽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알루미늄 마감이 덜 돼서 날카롭거나, 미세하게 찍힌 자국이 은근히 많습니다. 그리고 맥북을 닫았을 때 상판과 하판이 삐뚤어지지 않고 칼같이 맞물리는지(유격 확인)도 꼭 체크하세요. 여기서 흠집 하나라도 나오면? 전원 켜지 말고 바로 사진 찍어서 교환 요청해야 합니다.

 

2. 화면 켜고 '데드 픽셀' 찾기 (숨은 점 찾기)

외관이 멀쩡하다면 이제 전원을 켭니다. 가장 비싼 부품인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요즘 맥북 화면이 워낙 고해상도라 눈으로 대충 보면 티가 안 납니다.

 

사파리를 켜고 구글에 '모니터 불량화소 테스트'라고 검색해 보세요. 빨강, 초록, 파랑, 흰색, 검은색 화면을 전체 화면으로 띄워놓고 '옥에 티'를 찾는 겁니다.

  • 검은 화면인데 혼자 빛나는 점 (광점)
  • 흰 화면인데 혼자 죽어있는 검은 점 (암점)

 

특히 화면 중앙만 보지 마시고, 구석 모서리 4군데를 꼼꼼히 보세요. 저는 예전에 오른쪽 구석에 멍든 것처럼 누런 빛이 새어 나오는(빛샘) 현상을 발견해서 교환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밝기를 최대로 하고 보면 더 잘 보입니다.

 

3. 속을 들여다보는 치트키: '자가 진단'

겉은 멀쩡한데 속이 병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애플은 우리가 직접 부품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을 숨겨뒀습니다. 이걸 'Apple 진단'이라고 합니다.

 

[하는 방법 - M1/M2/M3/M4 실리콘 맥 기준]

  1. 맥북을 완전히 끕니다.
  2. 전원 버튼(Touch ID)을 계속 누르고 있습니다. (사과 로고가 떠도 떼지 마세요.)
  3. '옵션' 화면이 나오면, 키보드에서 [Command + D]를 길게 누릅니다.

 

이렇게 하면 맥북이 알아서 혼자 윙윙거리며 1~2분 동안 검사를 합니다. 결과에 "ADP000 (문제없음)" 코드가 뜨면 합격입니다. 만약 이상한 코드가 뜬다? 그건 100% 초기 불량이니 바로 서비스센터 가시면 됩니다.

 

4. 마지막 관문: 입력장치와 구멍들

마지막으로 제가 꼭 챙기는 부분입니다. 메모장을 켜고 키보드를 '모조리' 눌러보세요. F1부터 F12까지, 그리고 스페이스바의 양쪽 끝부분까지 눌러서 키감이 이상하거나 뻑뻑한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트랙패드는 중앙만 누르지 말고, 네 귀퉁이 모서리를 꾹꾹 눌러보세요. 가끔 모서리 클릭이 잘 안 먹히는 불량품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에서 베이스 빵빵한 음악 하나 틀어서 스피커 찢어지는 소리가 안 나는지 확인하고, C타입 충전기도 양쪽 포트에 다 꽂아보세요. "설마 충전 안 되겠어?" 하다가 나중에 포트 하나 죽은 걸 발견하면 정말 골치 아파집니다.


결론: 이 테스트를 통과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이상이 없다면 여러분이 뽑은 맥북은 '상위 1% 양품'입니다. 이제 안심하고 초기 설정을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귀찮다고 이 10분을 건너뛰면, 나중에 3년 동안 찝찝함을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산 만큼, 소비자의 권리를 깐깐하게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