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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팁 & 강좌

밤사이 맥북 배터리가 10%나 빠졌다? '잠자기 모드' 방전의 주범 찾기 (tcpkeepalive)

by Siannote 2025. 12. 14.

분명 배터리 100% 상태에서 덮개를 덮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열어보면 90%, 심하면 80%대까지 떨어져 있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심지어 가방 속에서 맥북이 혼자 뜨끈뜨끈하게 달궈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배터리 노화 문제가 아닙니다. 맥북이 잠자는 동안 몰래 깨어나 '어떤 작업'을 수행했다는 증거입니다.

많은 블로그에서 "블루투스를 꺼라", "화면 밝기를 줄여라" 같은 기초적인 조언만 하지만, 밤사이 발생하는 대기 전력 소모(Battery Drain)의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tcpkeepalive'와 관련된 네트워크 호출입니다. 이 글에서는 터미널 로그를 통해 내 맥북을 잠 못 들게 하는 범인을 추적하고, 불필요한 기상(Wake)을 강제로 차단하여 대기 배터리 효율을 획득하는 고급 기술을 소개합니다.


1단계: 범인 추적, 내 맥북은 밤새 몇 번이나 깼을까?

해결책을 적용하기 전, 실제로 내 맥북이 얼마나 자주 깨어났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맥북은 잠자기 모드에서도 로그(Log)를 남깁니다. 터미널 명령어를 통해 이 기록을 열람해 보겠습니다.

  1. Command + Space를 눌러 '터미널(Terminal)'을 실행합니다.
  2. 아래 명령어를 복사하여 붙여넣고 엔터(Enter)를 누릅니다.
    pmset -g log | grep "Wake Request"

화면에 주르륵 뜨는 텍스트들이 바로 맥북이 잠든 척하면서 깨어난 기록들입니다. 만약 밤사이 시간대에 수십 줄의 Wake Request 로그가 찍혀 있다면, 당신의 맥북은 덮개만 덮여있었을 뿐 사실상 밤새 일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로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EC.DarkPME' 또는 'RTC (Alarm)' 같은 단어들이 보일 텐데, 이는 대부분 이메일 수신 확인, 아이클라우드 동기화, 위치 찾기 등의 백그라운드 작업 때문입니다.

2단계: 핵심 원인 'tcpkeepalive' 차단하기

최근 macOS(M1, M2, M3 포함) 배터리 드레인의 가장 큰 원인은 'tcpkeepalive' 메커니즘입니다. 이것은 맥북이 잠자기 모드일 때도 인터넷 연결을 미세하게 유지하여 '나의 Mac 찾기(Find My Mac)'나 '이메일 알림' 등을 수신할 수 있게 하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와이파이 신호가 불안정하거나 특정 앱이 계속 통신을 시도하면, 이 기능 때문에 배터리가 광탈(광속 탈락)하게 됩니다. 집에서만 주로 사용하거나, 잠잘 때 완벽한 절전을 원한다면 이 기능을 끄는 것이 배터리 방어의 핵심입니다.

  • tcpkeepalive 비활성화 명령어:
    sudo pmset -a tcpkeepalive 0
  • (비밀번호 입력 창이 나오면 맥북 로그인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주의사항 (필독): 이 기능을 끄면 잠자기 모드 중에 '나의 Mac 찾기' 위치 추적 기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또한 잠자는 동안 이메일이 와도 알림이 울리지 않습니다. 맥북을 분실할 위험이 적은 환경(집, 사무실)에서 사용할 때 권장하는 설정입니다.

※ 만약 다시 원상복구 하고 싶다면 끝에 숫자를 1로 바꿔 sudo pmset -a tcpkeepalive 1을 입력하면 됩니다.

3단계: 또 다른 용의자, 블루투스와 USB 허브

터미널 설정을 마쳤는데도 배터리가 빠진다면 하드웨어적인 '깨우기(Wake)' 신호를 의심해야 합니다.

1. 블루투스 기기 (마우스/키보드)
가방 속에서 눌린 블루투스 마우스 버튼이나 키보드가 맥북을 깨울 수 있습니다. 시스템 설정 > Bluetooth > 고급 설정(또는 상세 정보)에서 '블루투스 기기로 컴퓨터 깨우기 허용' 옵션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끄는 것이 좋습니다. (최신 macOS 벤추라/소노마에서는 이 옵션이 숨겨져 있거나 기본값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동 시에는 마우스 전원을 끄는 습관이 가장 확실합니다.)

2. USB-C 허브 및 동글
맥북에 주렁주렁 매달린 'USB 허브'는 배터리 흡혈귀입니다.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브만 꽂아두면, 맥북은 허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딥 슬립(Deep Sleep)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잠자기 모드 전에는 반드시 외부 액세서리를 분리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마치며: 하이버네이션(Hibernation) 모드 활용

위의 tcpkeepalive 설정으로 대부분의 배터리 드레인은 잡힙니다. 하지만 며칠씩 맥북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아예 메모리(RAM)의 데이터를 SSD에 저장하고 전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하이버네이션 모드(pmset hibernatemode 25)'를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데일리 유저라면 오늘 소개한 tcpkeepalive 0 설정만으로도 밤사이 배터리 감소를 1~2% 내외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열었을 때 배터리가 그대로인 쾌적함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