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노트북을 쓰다가 맥북으로 넘어온 사용자들이 가장 참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한영 전환 딜레이'입니다. 윈도우에서는 키를 누르자마자 즉각 언어가 바뀌지만, 맥북에서는 Caps Lock 키를 누르고 아주 미세하게 뜸을 들인 뒤에야 전환이 됩니다. 급하게 타이핑을 하다 보면 언어가 바뀌지 않아 'dkssudgktpdy(안녕하세요)' 같은 오타가 발생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맥북 고장이 아닙니다. macOS는 Caps Lock 키를 '짧게 누르면 한영 전환', '길게 누르면 대문자 고정'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대기 시간(Input Lag)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성격 급한 한국인에게 이 0.5초의 딜레이는 생산성을 갉아먹는 요소입니다. 오늘은 '카라비너(Karabiner-Elements)'라는 무료 도구를 사용하여 이 딜레이를 완벽하게 삭제하고, 윈도우처럼 빠릿빠릿한 타이핑 환경을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1. 왜 카라비너(Karabiner)인가?
맥북의 기본 설정만으로는 이 물리적인 딜레이를 없앨 수 없습니다. 시스템이 키 입력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카라비너는 macOS의 키보드 입력 신호를 중간에서 가로채서 사용자가 원하는 신호로 바꿔주는 가장 안정적이고 유명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키 위치를 바꾸는 것을 넘어, 'Caps Lock'이라는 물리 키의 신호를 아예 다른 키(예: F18)로 둔갑시켜 시스템에 전달함으로써, macOS가 "아, 이건 Caps Lock이 아니니까 딜레이 없이 처리해야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2. 설치 및 기본 설정
- 다운로드: 구글에 'Karabiner-Elements'를 검색하여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후 설치합니다. (무료입니다.)
- 권한 부여 (중요): 설치 후 실행하면 'System Extension Blocked' 등의 경고가 뜹니다.
- 시스템 설정 >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 입력 모니터링에서 Karabiner_grabber와 Karabiner_observer 두 항목을 모두 허용해줘야 작동합니다.
- M1/M2/M3 실리콘 맥북 사용자는 복구 모드에서의 보안 정책 변경은 필요 없으나, 앱 실행 후 백그라운드 허용을 반드시 해줘야 합니다.
3. 딜레이 삭제를 위한 'F18' 매핑 기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Caps Lock을 한영 키로 쓰는 게 아니라, Caps Lock을 쓰지 않는 'F18' 키로 둔갑시킬 것입니다.
Step 1. 카라비너 설정
- Karabiner-Elements를 실행하고 'Simple Modifications' 탭으로 이동합니다.
- 좌측 하단 'Add item'을 클릭합니다.
- From key (내가 누를 키):
caps_lock을 선택합니다. - To key (컴퓨터가 인식할 키):
f18을 선택합니다. (F13~F19 중 안 쓰는 키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보통 F18을 많이 씁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이 Caps Lock을 누르면, 맥북은 그것을 기능키 F18을 누른 것으로 인식합니다. 기능키는 대소문자 구별 기능이 없으므로 누르는 즉시 신호가 들어갑니다.
Step 2. 맥북 시스템 설정 변경
이제 F18 신호를 '입력 소스 전환(한영 전환)' 명령어로 등록해 줄 차례입니다.
- 시스템 설정 > 키보드 > 키보드 단축키로 이동합니다.
- 좌측 메뉴에서 '입력 소스(Input Sources)'를 클릭합니다.
- '이전 입력 소스 선택(Select the previous input source)' 부분을 클릭하고, 키보드의 Caps Lock 키를 딱 한 번 누릅니다.
- 화면에는
F18이라고 표시될 것입니다. (카라비너가 바꿔주었으니까요.) - 완료 버튼을 누릅니다.
4. 심화: 우측 Command 키로 한영 전환하기 (윈도우 스타일)
만약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는 Caps Lock 위치가 불편하고, 윈도우처럼 스페이스바 오른쪽의 'Right Command' 키로 한영 전환을 하고 싶다면 위와 똑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됩니다.
- 카라비너 Simple Modifications 탭:
- From key:
right_command - To key:
f18
- From key:
- 이렇게 설정하면 우측 커맨드 키를 누를 때마다 딜레이 없이 즉각 한글/영어가 전환됩니다. 엄지손가락을 이용한 전환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세팅입니다.
마치며
이 설정을 마치고 메모장을 열어 타이핑을 해보십시오. "가나다abc"를 빠르게 섞어 쳐도 오타 없이 즉각 반응하는 쾌적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맥북의 '감성'도 좋지만, 도구는 일단 내 손에 맞고 빨라야 합니다. 카라비너를 이용한 F18 매핑은 시스템 리소스를 거의 차지하지 않으면서 맥북의 고질적인 답답함을 해결하는 가장 완벽한 솔루션입니다. 이제 0.1초의 딜레이도 참지 말고 쾌속 타이핑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Apple 팁 &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맥북에서 윈도우 11 무료로 쓰기: 가상머신 UTM 설치 및 인터넷 연결 완벽 가이드 (0) | 2025.12.18 |
|---|---|
| 레이캐스트 초기 필수 설정 & 추천 플러그인 Top 5 (1) | 2025.12.16 |
| 알프레드(Alfred) 시대는 끝났나? 신흥 강자 레이캐스트(Raycast)로 갈아탄 3가지 이유 (0) | 2025.12.15 |
| 밤사이 맥북 배터리가 10%나 빠졌다? '잠자기 모드' 방전의 주범 찾기 (tcpkeepalive) (0) | 2025.12.14 |
| 맥북 저장공간의 주범 '기타(System Data)' 50GB 삭제 실전 로그 (0) | 2025.12.13 |